어제, 한 동네에 살면서도 자주 못보는 친구 류를 만났다. 나의 근황도 알리고 그의 근황도 들을 겸.
우리 동기 가운데 가장 빨리 결혼한 류는 이미 초등학교 2학년의 아이를 두고 있다. 최근 남편네 회사가 파업에 돌입한 데다, 시부의 입원, 부친의 수술, 아이의 사고 등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대서 깜짝 놀랐다. 조용하게 살고 싶지만 더없이 시끄러운 2010년 1사분기를 보냈다고. 일을 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는 것도 또 하나의 어려움인 모양이다.
패배의 끝이 뻔히 보이고 설사 승리한다해도 얻을 것이 없는 싸움을 하는 남편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류의 입장은 꽤 괴로울 것 같다. 그럼에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파업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의 입장은 또 어떨까. 그렇다. 설사 승리하더라도 적어도 앞으로 남은 MB의 임기 동안에는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류는 대전으로 이사간 이네 집에 다녀온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이는 공무원인 남편의 발령에 따라 대전에 살면서 서울의 직장을 KTX로 출퇴근하고 있다. 쉬는 동안 이네 집에 한 번 가야지 했는데 어영부영 못가고 말았다. 마당이 딸린 관사가 아주 멋지다고 한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어두운 것 같아 "너 신문은 보냐?"고 물으니 이의 남편이 "우리는 대전일보만 봅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빵 터졌다고. 그러나 이는 지구를 위해 일하고 있잖아.(이는 영국대사관의 기후변화협약 담당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시절 우리 셋은 나름 삼총사였는데, 지금은 서로 아주 다른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나마 류와 이는 결혼하여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공통점이 있기라도 하지. 나는 그들의 생활 이야기를 들으면 여전히 계속 낯설다. 류는 뭐하러 결혼하려고 하냐며 안 해도 그만이라고 하지만. 정말 사랑해서 해도 기쁨과 고통이 반반인데, 그냥 결혼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라면... 뭐, 그냥 해보든지 란다. 그러나 죽도록 사랑하는 상대든 적당히 좋은 상대든 현재로서는 어느쪽도 없으니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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