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훈처)가 30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기로 했다는 기막힌 소식을 듣고, 새삼 감탄하였다. 이 정부는 이름이나 예의 같은 것 과감하게 무시하며 스스로의 정치노선을 끝까지 밀어붙이는구나. 5.18 민중항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포기할 줄 모르는구나. 사태나 폭도나 뭐 그런 이름으로 소리 높여 부정하지 않는 게 어디인가. 아마도 많은 이들은 그게 스스로 최대한의 타협이라 생각하고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을지 모르겠다.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은 오늘 하루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백기완 선생의 시에서 왔다. 백기완 선생은 통일운동가로 유명하지만 기묘하게도 운동권 가운데에서도 소수파들의 편에 서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 노래는 '민중의 애국가'라는 별명으로, 집회나 시위의 현장에서 많이 불려왔다. 아마도 그래서 정부가 불편해한 것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억하고 어떤 사람들은 잊었을지 모르나 1990년대 초반 한때, 학생운동권에서 맘껏 불리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백기완 선생의 가사여서. 졸렬한 처사였다.
그러나 그러니, 정부의 졸렬한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당연하다. 시커먼 속으로 어찌 이 노래가 울려퍼질 때 떳떳하게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그러니 계속 졸렬하라. 맘껏 졸렬하라. 다만, 그 뒤에 따르는 수모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니, 이런 수모야말로 정부가 바라는 바일지도 모르겠다. 반민중적이라는 딱지가 오히려 이 정부에는 훈장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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