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5일 토요일

너의 편이 될 거야

목요일에 Paz와 만나서 티셔츠와 배지를 받고 밥과 술을 했다. 같은 공간을 스치는 정도의 인연이었을 뿐,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몰랐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말 파란만장했더라. 나도 때로는 꽤 재미있게 살아왔지 하고 감탄하는데, 내가 솜사탕 같은 하이틴 영화라면 Paz는 첩보스릴러일까.
그러니, Paz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했을 다른 친구들이 떠올랐다. 나름대로 가까이에서 믿는 구석이 되어줄 거라고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와 친구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질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제 현정이를 만났다. 뒷북 치는 내가 어처구니없었겠지만 달관한 듯 이야기했다. 그냥 생활인이 되는 거다, 라고. 그 전환점에서 현정에게 '이제야 정신 차렸구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마도 그건, 한때라도 공간을 공유했던 사람의 몫일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그건 아니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나로서는 참견할 염치도 없는 일이다. 다만 현정이 맘이 많이 아팠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고통스럽고 회의하고 텅 비어버리는 그 시간 동안 내가 곁에 없었던 게 아닌데, 그 마음을 토로할 수 없는 친구란 또 얼마나 허무한 존재인가. 현정이에게 나는 물가에 내놓은 자식 같은 것도 같다. 예전에 내 애인이 나쁜 사람이란 소문에 그 바쁜 와중에도 모임에 뛰쳐왔던 게 기억난다.

"진짜로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아냐, 진짜로 좋아한다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나는 현정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세간의 눈대로라면 많은 짐을 지고도 의연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건 수사가 아니라 진실이지 싶게 만드는 친구. 나는 정말 쿨하고 거짓말 못하는 사람인데 말이야, 나는 니가 무슨 일을 하든 니 편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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