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덕수궁 분향소에 다녀왔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줄도 길었다. 시청역 4번 출구 앞에서 시작된 줄이 역 안으로 이어지고 덕수궁 담을 돌아 서울시 의회까지 그리고 다시 담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서 분향하는 데까지 4시간쯤 걸렸다. 그리고 줄을 따라 골목마다 차도마다 전경들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부터 청계천 입구, 시청 앞 광장까지 에워싸고 전경차들도 줄지어 서 있었다.
사람들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지하철역 벽에서부터 덕수궁 돌담, 서울시의회옆 공사장 벽까지 사람들이 붙인 크고 작은 자보들이 여러 가지 의견을 담고 있었다. 안내줄에 매달린 검은색, 노란색 리본들에도 메시지들이 쓰여 있었다. 간간히 전경들에게 삿대질하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그러나 차도 한 차선에 줄줄이 자리 잡고 앉은 그들은 그저 가장 아랫것들일 뿐이다. 가슴에 다는 근조 리본과 물과 떡, 그리고 국화가 나누어졌다.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안내하고 골목에서 차가 나올 때마다 성실하게 교통정리를 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예정되었던 추모 문화제는 끝내 허가가 나지 않아 서울시립미술관 앞 광장으로 장소가 옮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분향소를 향해 선 줄이 너무나 길었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가 볼 수도 없었다. 중간에 잠시, 담배를 피우던 S형과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않아. 현실같지 않아."라고 이야기했다.
분향을 마치고 나니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대문까지 걸어가서야 택시를 잡아 탈 수 있었다. 우리는 상수동으로 돌아와서 맥주를 한 잔씩 하며 정치와 경제와 연예인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시민은 "저에게 대통령은 오직 당신 하나뿐입니다."라고 추모했다지만, 이것으로 끝이라면 너무 암울하다. 우리는 앞으로 올 수많은 날들에 그보다 더 좋은 대통령이 나오기를 희망했다.
내일은 영결식이다. 그리고 뜨거운 5월의 마지막 주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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