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7일 토요일

차안에서 라디오 뉴스를 듣고

차안에서 잠깐 라디오 뉴스로 '한나라당 단독 국회' 소식을 들었다. 한나라당 대표가 민생법안을 더이상 방치할 수가 없고 미디어법도 처리해야 하고 뭐 그런 걸 주장했다는 거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누가 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가에 대해 논평하고 그러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그런데... 누가 임시국회를 소집했고 무엇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되고 어쩌고를 떠나서, 그래도 혼자 하면 안 되지. 교과서적으로 민주주의를 볼라치면, 최소한 일당독재는 안 된다. 그래서 종종 독재 정권은 가짜 야당도 만들고 그런다. 그런데 결국 혼자 소집해서 혼자 진행하면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건 실질적인 일당의 처리가 되잖아? 여러 야당 가운데 하나도 섭외를 못했단 말이야? 정 그러면 가짜 야당이라도 만들어야지. 일당의 처리는 모양새가 영 아니다. 원칙적으로, 두고두고 흠잡힐 짓인데, 그거야말로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보수진영에서 해서는 안 된다고.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좀 존중을 해주면 좋겠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뭐 됐다. 우리나라 보수정당에 그런 것까지 기대하는 건 가혹하다. 거기서 그런 거 다 존중하고 지켜주고 실행하고 그러면 그게 우리나라 보수정당이겠나. 간판 바꿔 달아야지.

 

나는 비정규직법의 향방이 가장 궁금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요즘 뭔가 의견을 말할 때마다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내가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닌데'라는 식으로 두루뭉수리하게 서두를 달고 있는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에 정말 공부 안 하고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이번 것도 좀 그렇네. 그래도 말인데, 심지어 내용을 몰라도 형식적으로 허튼 소리란 게 너무 뻔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어 귀가 괴롭다.

 

한나라당이나 몇몇 언론들에서는 비정규직법의 2년 조항에 유예를 2년 더 두자는 주장의 근거로, 올7월에 대량 해고사태를 막기 위해서 라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근데 그것처럼 이상한 논리가 없다. 개별적으로 봤을 때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다.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2년 더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유예를 주장한다, 우리는 이렇게 애틋하게 비정규직을 배려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겠지.

근데 그럼 기업쪽에서는 그 자리에 일할 사람이 필요 없는데 특별히 선심을 써서 2년 동안 일하게 해'주는' 걸까? 아니다. 오늘이고 내일이고 그 자리에 일할 사람은 계속 필요하다. 현재 2년 동안 일한 비정규직이나, 그 다음 2년 동안 일할 비정규직이나. 일할 사람이 없으면 기업이야말로 손해보는 입장이란 이야기다.

 

단지 그 기업은 비정규직을 2년 동안 일하게 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의사가 없고 해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럼 이 2년의 노동자와 다음 2년의 노동자가 꼭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 노동자 전체의 입장에서 그러나 저러나 어차피 비정규직의 신분이라면 여기서 2년이나 저기서 2년이나 똑같은 거 아닌가? 그게 노동자에게 아무런 특혜도 배려도 아니다.

오히려 같은 사람이 2년 더 일하면 좋겠는 건 기업이다. 오리엔테이션 필요 없고 팀에 적응할 기간 필요없고 설사 아무리 단순업무라고 해도 2년이면 숙련자가 된다. 그러니 2년 동안 이미 같은 일을 했던 경력자라면 노동생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하는 건, 기업이 숙련노동자를 계속 고용해서 이익을 얻고 싶으면 그에 맞는 댓가를 치르란 이야기다. 기업에게 대단히 큰 희생이 되겠지만 함께사는 세상을 위해서 인도주의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애걸하는 게 아니라고. 난 그런 휴머니즘 싫더라. 게다가 기업은 휴먼도 아닌데.

그러니까 되게 선심쓰는 척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노동자에게 주는 선심이 아니라 기업에 주는 선심일 뿐이다. 포장하지 말고 솔직히 유예하자는 이유를 털어놓아라. 근데 미사여구로 포장하다가 스스로도 착각에 빠져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럴 땐 냉정하게 논리적으로 처음 시작을 다시 돌아보면 된다. 속이 빤히 보이는 착한 척을 하면 안 된다. 착한 척을 하려면 제대로 착한 척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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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공부가 정말 어려워졌다. 요즘 시절도 좀 재미없지만 거짓말과 포장이 너무 난무한다. 그러다 또 백치처럼 해맑게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뉴스들이 막 터져나온다. 대한늬우스 소식이나 간첩 및 좌익사범 잡기 이벤트 같은 거 말이다. 정말 해맑다... 딱 봐도 이상한 거 모르겠니? 딱 봐도 독재 스타일이네.(독재라곤 안 할게. 우선은 독재 스타일.)

그런 이야기 나올 거 몰랐니? 대한늬우스는 그렇다쳐도... 그 간첩 이벤트는... 요즘 정보기관 쪽에 고학력 지원자들이 몰린다더니 실상은 그게 아니었나? 정말정말 딱 봐도 이상하다. 그 속에 숨겨진 의도가 아무리 퓨어하고 숭고해도 겉모습이 이상하고 의심스러우면 그건 이상한 것이다. 그런데 의도도 퓨어하다고 믿음을 주지 못하니까 더 이상하다. 그리고 솔직히 그냥 민주주의가 뭔지 잘 못 배워서 이런 일들이 막 일어나는 거 같기도 하다. 그냥... 바보인 거 아냐, 혹시?

 

한때 박정희와 전두환 등은 독재에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이상한 이름을 붙여서 선전했다. 근데 요즘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다시 한국식 민주주의 타령이 나올 거 같다. 그거 민주주의가 뒤에 붙었어도 그냥 독재였어. 그러니까 착각하면 안 돼. 그리고 그런거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단 말이야. 그러니까 좀... 챙피한 짓은 서로 하지 말자.

 

... 근데 난 누구에게 얘기하고 있는 거니?

댓글 2개:

  1. 명쾌한 말씀 속시원합니다.

    좋은 세상이었으면 하는데... 정말로 요원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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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별 - 2009/07/01 09:25
    그별님/반갑습니다. 그닥 명쾌하게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요.

    좋은 세상은... 쉽게 얻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 게 인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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